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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Talk

[당신의 계절을 걸어요] - 청춘유리

정말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얼마나 머물렀는지는 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지금 정말 추운 겨울이 왔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새삼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에는 단풍구경을 하러, 연꽃축제를 보러 이곳저곳 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참 많았습니다. 세상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 덕분이죠. 그래서 모든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맘에 한 겹 한 겹 채워 넣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출처_교보문고

책에는 여행작가인 청춘 유리님이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과 당시의 느낌과 경험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 기라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정갈한 마음이 곱게 담긴 일기장을 펼쳐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읽지 않고 한 번씩 펼쳐 읽으면 꼭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찍거나 찍혀있는 예쁜 사진들은 지난날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던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진들을 보며 어떤 페이지에는 짧게 또 어떤 페이지에는 길게 담긴 작가님의 생각들에 자주 공감하곤 했습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여행하기 전과 여행 도중에 기대했던 것들, 그리고 기대만큼 컸던 좌절과 부담감이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결국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간단하지만 조금은 어려운 길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비슷한 일상의 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매일이 조금은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오도록 할 수 있을지, 꾸준히 그 방법을 찾고 마음가짐을 다잡아가야겠습니다. 

 

유난히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자꾸만 마음이 움츠러들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을 느낄 때가 전보다 많아졌습니다.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지금을 충실히 살면 된다.. 와 같은 좋은 말들을 떠올려도 모두 머릿속을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가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힘든 감정과 상황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주문이나 저만의 노하우, 예를 들면 '취미' 같은 게 있다면 하루를 보는 시선을 바꾸기에 정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이 있고, 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으로 충실히 작은 것들에 감탄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날 아무도 모르게 도착한 제 계절을 보게 될까요.